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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SKT 메타버스 '이프랜드', 차별화엔 성공…이용자는 우왕좌왕 - 뉴스1

SKT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이용자들이 '노래방'을 열어 노래를 부르고 노는 모습. (이프랜드 앱 갈무리)© 뉴스1

"노래 부르실 분 아무도 없어요? 손들어 주세요."

밤 11시3분. MZ세대는 일찍 꿈나라에 간 걸까.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는 고요 속의 외침이 이어졌다. 10여명이 모인 공간에서도 대화의 방향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반면 기업이나 대학을 중심으로 한 일회성 이벤트는 활발하다. 서비스 출시 한 달.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이프랜드의 성취와 한계는 뚜렷했다.

이프랜드는 지난달 14일 출시된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중점을 둔 서비스다. 네이버 '제페토'와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의 장점을 한데 엮은 모습이다. SK텔레콤은 '모임'을 이프랜드의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페토'와는 다르다 '제페토'와는!

이프랜드는 출시 시점부터 아바타를 이용한 가상공간 서비스라는 점에서 네이버의 '제페토'와 비교돼 왔다. 그러나 실제로 경험해본 이프랜드는 제페토와 껍데기만 비슷할 뿐 방향성이 다른 서비스였다.

첫 화면을 살폈을 때 두 서비스의 차이는 명확하다. 제페토는 아바타 꾸미기를 중심으로 다른 이용자들은 어떻게 가상공간에서 노는지, 친구들과 함께 즐길 거리는 뭐가 있는지 나열되는 구조다. 아바타를 이용한 '놀이'가 중심이다. 일종의 아바타 놀이터에 이용자가 던져지는 듯한 경험을 주는 설계다. 새로운 문물에 적응이 빠른 Z세대는 이것저것 만져보며 서비스에 쉽게 빠져들지 몰라도, 이들과 '밀레니얼'로 엮여 황송한 나 같은 '아재'들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왼쪽부터) '이프랜드', '제페토' 첫 화면 © 뉴스1

반면, 이프랜드는 첫 화면부터 목적성이 분명하다.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처럼 대화방 목록이 아래로 쭉 나열된 구조다. 앱을 실행하면 화면 상단에 본인 아바타와 프로필, 하단에는 현재 개설된 메타버스 룸 리스트들이 나타난다. 가상공간으로 꾸려진 방을 개설해 그 안에서 아바타를 매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는 이용자 간 '모임'이 중심이 된다. 그 외의 기능적 요소들은 모두 덜어낸 모습이다.

◇'모임' 중심의 차별화엔 성공…'방장'이 필요해

그러나 이 같은 모임 중심의 서비스는 한계가 명확하다.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방장'이 없으면 이용자들은 대화의 방향을 잃고 횡설수설하다 결국 헤어지게 된다. 마치 우리네 소개팅처럼 말이다. 클럽하우스가 올해 초 인기를 끈 배경에도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인사이더·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셀럽들이 중심에 있었다.

'아싸'(아웃사이더·인싸의 반대말) 출신인 기자는 직감할 수 있었다. 이곳에 '인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개설된 방마다 다르겠지만 기자가 직접 경험한 방들은 이용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이모티콘으로 감정 표현을 배운 한국인들이 아바타를 통해 파닥거릴 뿐 대화는 쉽사리 이어지지 않았다.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 있던 한 방에서는 '바니바니', '아이엠그라운드', '끌말잇기' 등을 놓고 뭘 하고 놀지 격론을 벌였다. 술자리 게임인데 룰을 어떻게 아느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갑작스레 민증 검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연령대는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했는데 대부분의 방에서 주축이 되는 건 10~20대로 보였다.

SKT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이용자들이 OX 퀴즈를 즐기는 모습. 따로 OX 퀴즈 장치가 없었지만, 이용자들 스스로 놀이 방법을 고안했다. (이프랜드 앱 갈무리) © 뉴스1

노래방, OX 퀴즈 방 등 이용자 간 자발적으로 방향을 잡고 잘 노는 방도 있었지만, 목적성이 불분명한 대화가 끊겼다 이어지길 반복하는 방이 많았다. 이마저도 활성화된 방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방 목록의 하단부를 가득 채운 건 기업과 대학들의 각종 행사였다.

◇기업과 이용자 사이 균형 잡기가 과제

이프랜드는 각종 행사에 적합한 구조를 갖췄다. 방 안에서는 음성 기반 실시간 소통을 비롯해 대형 스크린을 통해 PPT 자료나 영상을 틀 수 있다. 한 방에는 최대 131명이 참여 가능하다. 화상회의, 콘퍼런스 등을 열기에 충분한 인프라 환경이다.

지난 19일 이프랜드를 통해 열린 SKT 기자간담회. (SK텔레콤 제공) 2021.8.19/뉴스1

이 때문에 현재 이프랜드 내에서는 활발한 기업 제휴가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서비스 출시 후 한 달 동안 방송, 대기업, 금융권, 학교, 지자체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수백건의 제휴 문의가 들어왔다. 기업의 채용설명회를 비롯해 영화제, K팝 팬미팅 등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플립3' 출시 행사도 이프랜드에서 열린다. 9월에는 국대 대학 축제의 대표 행사인 연고전 응원 대항을 이프랜드를 통해 시행할 예정이다. 또 한화와 함께 메타버스 공간에서 불꽃놀이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프랜드에서 진행된 K팝 팬미팅 행사. 케이팝 레이더에서 선정한 이달의 아티스트 태연이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스페이스오디티 제공) © 뉴스1

활발한 기업 제휴는 이프랜드 서비스 한 달간 이룬 뚜렷한 성취다. '모임'에 특화된 뚜렷한 서비스 방향성이 시장에 먹혀든 셈이다. 관건은 자발적 이용자 참여도를 끌어 올리는 일이다. 또 각종 모임이 구심점을 갖출 수 있도록 서비스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SK텔레콤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 모임의 구심점이 되는 '호스트' 육성 및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추후에는 이들을 위한 수익 창출, 경제 시스템도 구현될 예정이다. 이프랜드에서 통용되는 전용 화폐도 검토 중이다.

이프랜드 아바타 꾸미기 UI·UX. 화면 하단에 피부색을 고르는 옵션이 아이폰 홈화면 제스처와 겹치는 모습. (이프랜드 앱 갈무리) © 뉴스1

이 밖에도 UI·UX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아바타를 꾸밀 때 얼굴색 등을 고르는 과정에서 화면 하단부를 좌우로 쓸어 넘기는 동작이 아이폰 홈 화면 제스처와 겹치는 등 사소한 불편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첫 화면 방 목록의 모습은 앞으로 이프랜드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활발한 기업 제휴와 우왕좌왕하는 이용자. 서비스 한 달, 걸음마를 뗀 이프랜드의 성과이자 숙제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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