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unblogue.blogspot.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가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이 달갑지 않은 동물도 있다. 바로 상어다.
2020년 6월 태국 고타오섬 인근에서 꼬리에 밧줄이 묶인 고래상어가 발견됐다. 해양과학자들이 고래상어를 풀어주기 위해 밧줄을 자르고 있다. [사라콘 포카프라칸=로이터]
2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환경 보호론자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대량생산에 들어갈 경우 상어가 멸종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어 간유(肝油)에서 추출하는 ‘스쿠알렌(squalene)’이 일부 백신의 원료로 사용되면서다.
스쿠알렌은 면역증강 물질이 풍부해 면역력 보조제나 독감 백신의 원료로 사용된다. 스쿠알렌 성분의 면역증강제인 MF59가 인체에 들어가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하고 세포 수를 늘리는 작용을 한다. 이미 일부 신종플루 백신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스쿠알렌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스쿠알렌의 효능은 또 있다. 보습, 노폐물 흡착에도 뛰어나 립밤·목욕 오일 등 화장품 재료로도 사용된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에 상어 간유 추출물인 스쿠알렌을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상어의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AP=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일부 제약사는 스쿠알렌을 원료로 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가 대표적이다. GSK의 경우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 대량생산을 위해 10억회 분량의 스쿠알렌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스쿠알렌 추출을 위해 상어 포획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이다. 미 캘리포니아의 비영리기관인 샤크 앨라이스(Shark Allies)에 따르면 스쿠알렌 1톤(t)을 채취하기 위해 상어 3000마리가 필요하다. 이를 기준으로 전 세계 78억 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1회 접종한다고 가정하면 상어 25만 마리가 사라진다.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2회 접종할 경우 희생되는 상어는 50만 마리로 늘어난다.
더 큰 문제는 상어의 번식이 느리다는 점이다. 상어는 다른 어종보다 성장 기간이 길고 대량으로 번식하지 않는다. 따라서 갑자기 포획이 늘면 한순간에 개체 수가 줄어든다. 쿠퍼 상어(gulper shark)와 바스킹 상어(Basking shark) 등 심해 상어의 타격이 가장 크다. 이들 종은 스쿠알렌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집중적으로 포획된 탓에 개체 수가 많이 감소한 상태다.
2013년 8월 19일 갈라파고스 해양 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망치상어떼. [로이터=연합뉴스]
과학계도 스쿠알렌 대체재 개발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리브유, 옥수수유 등 일부 식물에 소량 함유된 식물성 스쿠알렌을 백신에 사용할 수 있는 합성 스쿠알렌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미 미국의 한 바이오 화학업체는 사탕수수를 발효하는 방식으로 스쿠알렌 화합물 개발에 나섰다. 이와 함께 GSK와 과 프랑스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도 스쿠알렌의 면역증강 효능을 대체할 별도의 항원 보강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만 성공 시기를 알 수 없고, 스쿠알렌을 대체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스태파니 브랜들 샤크 앨라이스 이사는 “코로나19 대유행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백신 개발을 위해 희생되는 상어의 수는 해마다 늘어날 것”이라며 “야생 동물을 잡아 인간이 원하는 것을 얻는 건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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